남의 머릿속에 사는 나를 내려놓기 —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평판의 함정 #04
남의 머릿속에 사는 나를 내려놓기
우리는 두 개의 삶을 산다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삽니다.
하나는 실제로 내가 살아가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머릿속에 비친 나의 삶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두 번째 삶에 매달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나의 건강이나 마음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더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근심과 불안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남의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평판은 내 손에 있지 않다.
#01편에서 소개한 쇼펜하우어의 세 가지 구분을 다시 떠올려 보겠습니다.
-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 그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가
- 그 사람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평판은 세 번째에 해당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이것이 행복에 가장 영향이 적은 것인데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평판이 내 손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남의 생각은 그 사람의 기분, 경험, 편견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집니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맡기면, 내 행복도 남의 손에 넘어가 버립니다.
평가의 숫자와 현장의 진짜 가치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평판과 평가는 늘 따라다닙니다. 기관 평가 점수, 실적 보고, 외부의 시선, 후원자와 지역사회의 인식. 물론 이런 평가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잘 보이는 일'이 ’잘하는 일'보다 앞서게 될 때가 있습니다.
3년마다 실시되는 시설평가 준비에서 동료가 하지 못한 업무를 보충해 주느라, 주말을 반납하며 일을 했지만 정작 평가 점수 앞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 차라리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수치로 나타나는 평가보다는 심적 만족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25년 가까이 현장에 있으면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일들은 대부분 서류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처음 마음을 열었던 날, 퇴소한 아이가 안부 전화를 걸어 왔던 날. 그 순간들은 어떤 평가표에도 점수로 남지 않았지만,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진짜 이유였습니다.
아이들도 남의 시선 속에서 자란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남의 시선에 특히 예민합니다. 학교에서, 동네에서 '시설 아이'라는 시선을 느끼며 자신을 작게 여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남이 너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진짜 나는 남의 머릿속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평판에서 자유로워지는 세 가지 연습
1. '그 사람의 생각'과 '나의 가치'를 분리하기
누군가의 평가는 그 사람의 생각일 뿐, 나라는 사람의 전부가 아닙니다.
2.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힘 쓰기
남의 생각은 바꿀 수 없지만, 오늘 내가 할 일을 정성껏 하는 것은 내 몫입니다.
3. 기록되지 않는 가치를 스스로 기억하기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의미 있었던 일을 짧게 적어 두세요. 그것이 남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이 됩니다.
남의 머릿속이 아니라 내 삶을 살기
쇼펜하우어의 평판론은 결국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남의 머릿속에 비친 삶을 살고 있는가.
#02편에서 이야기한 고독의 시간도, #03편의 적당한 거리도 결국 같은 곳을 향합니다. 남의 시선에서 한 발 물러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지켜 가는 것입니다.
오늘의 질문
요즘 나는 '잘하는 것'과 '잘 보이는 것' 중 어디에 더 많은 힘을 쓰고 있나요?
참고 도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평판과 명예에 대한 내용은 쇼펜하우어의 『삶의 지혜에 대한 잠언(Aphorismen zur Lebensweisheit)』을 바탕으로 풀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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